설지후는 쓴웃음을 짓는 로 셰에라자드를 떨떠름한 눈으로 응시했다.
겁에 질려 두려움에 떠는 유약한 모습을 보이다가, 포근하고 현숙한 분위기를 풍기다가, 희대의 악녀처럼 보이다가, 이제는 새장 속에 갇힌 가련한 새처럼 보였다.
도대체 어느 모습이 로 셰에라자드의 참모습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여러모로 번거롭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조금만 견디시면 됩니다."
떠나기 직전, 설지후는 고개 숙여 사죄하는 로 셰에라자드를 보며 입을 열었다.
"셰에라자드도 곧 바뀔 거에요."
"...글쎄요."
긍정도 부정도 아닌 모호한 대답이었다.
"연방 이주 조항에 확실히 포함돼 있습니다. 상태창 설정 관리 권리를 부여받으시면 지금보다 힘이..."
설지후는 말하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
"같은 어스인이시면서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확실히 생소하네요."
상대의 입꼬리가 살그머니 올라가서.
긍정적인 반응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어떤 의도로 말씀해 주셨는지는 알아요. 단지..."
로 셰에라자드는 머리칼을 천천히 쓸어 넘기며 흐릿하게 웃었다.
"어스인들만 그런 건 아니라서요."
[어스인뿐만인 거라고는 생각하지 말라고...]
언젠가 들어본 말이었다.
정황상 들킨 건 확실해 보였지만, 설지후는 나갈 때도 이형환위를 사용했다.
이야기가 생각보다 길어지기도 했고, 동료들이 기다리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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