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돈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 설지후는 여러모로 돌파구를 찾아봤다.
어떻게 좀 싸게 구할 방법이 없을까, 하고.
'그래도 황금알이 있으니 당분간은… 아니야. 월세는 안 돼.'
집을 임대해 달마다 돈을 내는 건 당장 몇 달은 가능할지 몰라도 빠르게 한계가 찾아온다.
실제로 설지후의 자산 중 값진 물건 대부분이 현금화하기 어렵다는 점도 발목을 잡는다.
가장 깔끔한 방법은 왕실 행정관과 직접 거래하는 것이다.
남은 토지 중 일부를 장기 임대받아 직접 집을 짓는 것.
문제는 자릿세만 해도 만만치 않으며,건물 올리는 비용까지 생각하면 그야말로 억 소리가 나올 지경이다.
'도움 준다고 할 때 받을걸.'
하오 윈이 도와준다고 했을 때 깨끗이 거절했던 게 이제야 후회가 됐다.
스스로 힘으로 해내고 싶어서 호기 좋게 말했는데,돌이켜보니 객기였다.
'차라리 도시 근교로 구해볼까.'
오늘도 설지후의 시름은 깊어져 갔다.
설지후의 고민을 제일 먼저 눈치첸 건 플로네였다.
플로네는 요즘 들어 설지후와 붙어 다닐 적이 많았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펜던트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갓 해방됐을 때야 신기한 마음에 이리저리 싸돌아다녔지만,한정된 장소에서 볼거리는 그리 많지 않다.
더 볼 것도 없어지자 날이 갈수록 자연스레 흥미도 떨어졌다.
오죽하면 지루함을 견디다 못해 매일 같은 곳만 돌아다니는 설지후에게 불만마저 생길 정도.
그러나 불만을 표출하기는커녕,조르기도 힘든 게 요즘 설지후의 분위기였다.
얼굴만 봐도 근심이 가득하다.
오늘도 광장 게시판 앞에 서서 한숨 만 푹푹 쉬고.
터덜터덜 힘없이 집으로 돌아와 머리를 감싸 쥐고.
하물며 침대에 드러누워 강아지처럼 신음한다.
결국,끙끙 앓는 걸 보다 못한 플로네가 말을 걸었다.
[왜 그래? 무슨 고민이라도 있어?]
설지후는 반응하지 않았다.
고개를 갸웃한 플로네가 나뭇가지 하나를 꺾어와 등을 꼭꼭 찌르자,설지후가 부스스 머리를 들었다.
"…아파요."
[왜 죽상인데. 어서 순순히 실토하지 못해?]
플로네의 엄포에 설지후는 풀이 죽은 낯으로 입을 열었다.
"돈 때문에요. 돈이 필요한데,돈이 없어서…."
말을 흐리더니 돌연 "그놈의 돈,돈, 돈!"이라며 이를 갈았다.
플로네는 고개를 기울이며 말했다.
[돈? 가지러 가면 되잖아?]
설지후는 싱거운 미소를 보였다.
"한두 푼이 필요한 게 아니라서요. 물론 티끌 모아 태산이니 꾸준히 벌 수도 있지만,그럼 얼마나 걸릴지 몰라서…."
의뢰가 매번 있는 것도 아니고,설령 임무 보상을 받는다고 해도 단기간에 모으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설지후는 침대에서 데굴데굴 구르며 중얼거렸다.
"한 방에 벌 수 있는 일이 필요한데…."
[아니. 내 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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