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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예~. 비록 지금은 이라를 모시지만,한때 사제였던 자로서 제 신성을 걸고 인비디아 님께 맹세합니다. 됐냐? 응?"
신성을 걸고 한 맹세.
설지후의 두 눈에 이채가 스쳤다.
"…좋아. 어디 한번 두고 보자고."
"으유. 요 귀여운 자식. 아주 장밋빛 꿈에 젖어서는."
설지후의 볼을 살짝 꼬집은 초홍은 낄낄거리며 몸을 돌렸다.
침대에 벌러덩 드러눕더니 문득 생각났다는 듯 묻는다.
"야. 그런데 네가 만약 진짜로 데려 왔다고 가정하고. 그럼 뭐라고 부르게 할 건데?"
투덜거리며 담배를 입에 물던 설지후는 곁눈질로 힐끗거렸다.
그리고 말했다.
"서방이라고."
초홍의 낯에 떨떠름한 빛이 스쳤다. 설지후가 피식거렸다.
"그뿐인 줄 알아? 다음 날은 여보, 다음 날은 자기,또 다음 날은 달링이라고…."
"절씨구. 꿈도 크셔. 감히 청초홍 님을… 왜. 아예 남편이라고 부르게 하지 그러냐."
"아. 주인님은 어때? 아니면-."
설지후는 말하다 말고 급히 허리를 숙였다.
베개가 날카로운 파공음을 동반하며 느닷없이 날아왔기 때문이다.
"꿈도 크다,인마!"
"꿈은 현실이 된다. 몰라?"
깊은 밤.
"됐으니까 데려오고 말하라고！"
"아 데려올 거라고!"
카르페 디엠 사무소의 숙소에서는 두 남녀가 왁자하게 떠드는 소리가 한동안 울려 퍼졌다.
205 ----------------------------------------------
복덩이의 혼(魂)
경중을 따지라는 말이 있다.
일할 때 중요함과 중요하지 않음을 구분해 우선순위를 잘 정해야 한다는 말이다.
사실 설지후가 지금 제일 하고 싶은 건 단연코 훈련이다.
레벨 5로 승급한 만큼 상위 서열에 걸맞은 기술을 하루라도 빨리 익히고 싶다.
또 근래 진전이 없는 심기체 합일도 이루고 싶고.
그러나 더 중요한 일이 있다.
카르페 디엠이라는 팀을 집단으로 탈바꿈시키는 일이다.
그러려면 하오 윈과 약속한 장소인 에바로 이동해야 하는데,장말동은 2주 전에 세 가지 조건을 걸었다.
유력 집단을 포섭하는 건 이미 해결 했으니 패스.
내부 정비도 세를 불리기 전에 팀의 결속을 단단히 다지라는 의미일 뿐, 크게 어렵지는 않다.
그러나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라는 조건 앞에서는 냉정한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사실 설지후는 낙원 입장 후,남매 영입 때를 제외하면 한 번도 돈에 쪼들려본 적이 없다.
실제로 보유 자산도 적지 않고.
그러나 개인에서 단체로 시야를 확장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장말동은 낙원에도 부동산 놀음하는 놈들이 있다며,땅 투기하는 이들을 싸잡아 비난한 적이 있다.
이 말인즉 이 세상에서도 땅 거래가 성행한다는 뜻.
하여 좀 더 자세히 알아본 결과, 토지 구매 절차가 존재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엄밀히 말해서 낙원에서 땅은 매매 대상이 아니다.
도시 내 전 토지 소유 권한은,각 도시를 다스리는 왕가에 영구적으로 귀속돼 있다.
단,왕가에서는 왕실 부지와 낙원인 생계유지를 위한 터전을 제외하고,남 은 땅을 토지 거래 허가 구역으로 설정해 일정 금액을 받고 일부 권한을 이양해주는 경우가 있다.
여기서 일부 권한이란 다름 아닌 대지에 건물을 지을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즉 왕가는 토지 소유 권한을 임대하는 방식이며,어스인은 건물 권리만 갖는다고 보면 된다.
문제는 낙원도 힘 있는 자들만 노난 세상이라는 점이다.
도시의 유력 집단은 왕가에 달라붙어 상당한 구역의 토지 권한을 얻어 낸 뒤,어스인들에게 권리를 되파는 형태로 이익을 얻는다.
그래서 매매나 월세라는 개념이 존 재하는 것.
왕가 입장에서도 기가 막힐 노릇이다.
기껏 적당한 가격만 받고 토지 권리를 장기 임대했더니,신나서 돈 놀음 하는 꼴이라니.
결국,이것도 어스인이 문제였다.
'다 쫓아냈으면 원이 없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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